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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Mystery

백야행(白夜行) | 히가시노 게이고

※감상에 책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미리니름(or 스포일링)이 될 수도 있으니 참고하시어 보시기 바랍니다.




백야행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히가시노 게이고 (태동출판사, 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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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보니 mystery부분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만 주루룩 리뷰를 하게 되네요. 책읽는 스타일이 꽂힌 작가 것을 계속 읽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편식은 안좋을텐데 말에요. 그런데도 '아직 유성의 인연을 못봤어!'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ㅋ



▒환야와 백야행

 저는 사전조사 없이 집히는데로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같은 경우 '환야'부터 읽게 되었지요. 일본에서 '백야행'이 출판된 시점은 1999년이고, '환야'는 2004년입니다. 책의 시간배경도 '백야행'이 '환야'보다 한세대 가량 앞서있고요.

 이런 것을 생각하면 '백야행' 다음에 '환야'를 읽어주는게 맞을 것 같지요. 그래서 환야를 읽으면서 '백야행'부터 읽지 않은 것을 안타까워 했지요. 그런데 막상 '백야행'을 다 읽고 나니까, 그다지 상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내용들이 시리즈물 처럼 순서대로 읽어야 재미가 배가 되는 종류가 아닌것 같거든요.

 오히려 '환야'를 읽었기 때문에, '백야행'을 좀 더 여유롭게 볼 수 있었달까요? 아무것도 모르고 '백야행'부터 봤다면, 주인공인 유키호의 행동을 따라가기가 벅찼을 테니까요.


 물론 '백야행'과 '환야'는 연관성이 정말 깊습니다.

 다루는 소재부터 주변에 미치는 영향까지... 어찌보면 자매같은 작품인것 같아요.

 하지만 이렇게 자매 같기 때문에 너무 닮아있는 느낌도 듭니다.

 팜므파탈 주인공은 소설을 관통하는 요소니까 어쩔수 없다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파트너 관계를 이루는 조력자, 그 조력자를 사랑하게 되는 한 여자, 끈질기게 사건을 파고드는 형사, 주인공에게 휘둘려 결혼하는 대기업의 고위직 남자 등 주변 관계가 너무 비슷합니다.

 '환야'나 '백야행'을 읽은 사람이 다른 하나를 마저 읽게 된다면, 아마 결말까지 미리 짐작이 갈 정도로 말이죠.

 작가의 의도된 설정이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백야행'의 인기에 편승하여 '환야'가 나온 것이었던 걸까요?

 어딘가에 이것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면 알아보고 싶네요. 왠만하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에서 의문점을 느낀 적이 드물었거든요. 이게 이 작가의 이야기 스타일을 좋아해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ㅋ


 하지만 '백야행'과 '환야'는 그 차이가 분명 있습니다.

 '백야행'이 오리지날 이라고 하면, '환야'는 이미테이션이라고 해야 하려나요. 음, 둘다 허상이지만 '환야'는 허상을 쫓는 허상이라고 할 수 있을것 같기도 하고요.

 태생적으로 '환야'의 주인공이 '백야행'의 주인공을 롤모델로 삼고 움직이는 것 같아서 그렇기도 할테고요. 또 '백야행'의 주인공은 자신의 원래 모습을 가지고 겉에 다른 이미지를 씌우지만, '환야'의 주인공은 끊임없이 성형을 하며 새롭고 다른 인물이 되기 위해 노력을 하지요. '환야'의 주인공의 마지막 목표는 '백야행'의 주인공처럼 되는게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이것 말고도 다른 차이점들이 많이 있겠지만... 주인공의 차이가 가장 뚜렷한 것이 아닌가 싶네요.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

 '백야행'에서 서술 시점은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아닌 주변인들입니다. 결코 주인공인 '유키호'나 조력자인 '료타'가 화자가 되는 경우는 없지요. '환야' 또한 주인공이 화자인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즉, 이야기의 진행이 전부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들로 이루어집니다.

 주인공의 직접적인 감정 묘사 같은것이 없기 때문에, 이야기는 계단을 두,세개씩 뛰어올라가는 느낌으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숨겨져 있는 미스터리들을 따라가는 것이 복잡해지고, 개인적으로 등장인물의 이름이 헷갈려서 계속 앞페이지를 들춰보게 되기도 했지요.

 하지만 덕분에 주인공의 심리를 직접 상상해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어떻게 이런 짓을' 이라고 생각하다가도 '아, 이렇다면...', 그러면서도 '이건 좀 심하다' 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너무 감정을 직설적으로 설명해주던 양산형 소설에서는 느끼기 힘든 즐거움이 있는 것이죠.

 특히 전당포 주인의 특이성벽이 밝혀질때는 주인공과 조력자의 감정이 딱 끼워맞춰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덕분에 조력자가 화자로 등장했던 '환야'에서는 맛보지 못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지요.



▒소소한 해피엔딩들

 결말 자체는 해피엔딩이나 배드엔딩 이라고 말하기 애매합니다. '환야'와 비슷해요. 팜므파탈은 자신의 속성대로 갈길을 가지만, 주변에서 휘말리는 사람들은 정처없이 계속 휩쓸려 가고요.

 주변 인물들 중에 해피엔딩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겠지만... 전체적으로 휩쓸렸기 때문에 불행해지는 인물들만 나오기 때문에 몇몇 인물들 만이라도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마츠모토 라든지, 에리코 라든지, 도모히코 라든지요. '환야'보면서 조력자가 잘 되는 것은 이미 포기했고;;

 이중 에리코는 피해입은 상태에서 자신의 개성넘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지 않고 살게 되었으니 소소한 해피엔딩이라기는 부족할것 같습니다. 여기 등장한 인물들 중에 가장 잘 된 사람은 역시 도모히코 이겠지요? 직접적으로 유키호와 연관되지 않은 덕분이긴 하지만... 저는 혹시나 도모히코와 히로에가 잘 안되고 또 어딘가 휘말리는게 아닌가, 걱정됐거든요. 하지만 역시 직접 주인공와 연관되지만 않으면 그렇게 바닥을 치지는 않는 모양입니다.ㅋ 조력자인 료지가 도모히코를 이용해먹기만 한것이 아닌게 다행이기도 하고요.

 유키호와 한번 결혼했다가 이혼하는 마츠모토는 좀 애매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게 바로 소소한 해피엔딩 아닐까 생각해요. 운명적이었을 사랑을 중간에 한번 방해받았지만, 결국 가장 이끌렸던 사람과 결혼할 수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유키호와 결혼 했다는 것은 불행이었지만, 이혼했다는 것은 행운 아닐까요.ㅋ 병주고 약주고 이지만요.



▒ 아쉬움 

 읽다보니 어쩌다 밤새고 읽었네요. 방학의 여유로움을 느끼는 시간도 얼마 안남았는데;; 흡입력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등장인물들이 저 여자에게 어떻게 휘말려 갈까 궁금해서 놓을 수가 없었네요.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환야'와 비슷한 구조를 지닌 것은 아쉽네요. 아니, '백야행'이 먼저 나온 것이니까 '환야'가 비슷한 구조가 된 것이 아쉽다고 해야 하려나요; 매번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보면서 새로운 것을 본다는 느낌에 재미를 느꼈었는데, 이번은 그게 좀 덜했던 것 같거든요.

 앞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중에 이런 내용을 다른 책이 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약간 다른 구조를 띄어주면 좋겠다고 바래봅니다. '백야행'을 재미있게 봤지만, 매번 새롭다는게 매우 힘든 것이기는 하지만, 독자의 욕심이라는 것은 항상 끝을 모르니까요.;;ㅅ;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