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의 인연'이나 '백야행'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가 대신 빌리게 되었던 책입니다. 사전조사 따위 없이 그냥 '히가시노 게이고거네? 제목도 특이하다?' 라면서 집어들고 왔었네요. 그런데 방금 다 읽고나서야 히가시노 게이고의 1986년 데뷔작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좋아하는 작가라고 그렇게 떠들고 다녔는데, 이제야 데뷔작을 읽어보다니(쿨럭)
그래도 항상 느끼는 것은, 역시 사전조사 따위 없이 봐야 제대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지요. 만약 책을 읽기전에 이 책에 대해서 검색이라도 해봤다면 온갖 사소한 미리니름을 당했겠지요;; 중요한 인물이 누구인가 하는 것 부터 어떠한 트릭이 쓰였는지까지...
그런 의미에서 감상은 숨김박스에 쓰겠습니다.ㅋ 아, 대체적인 느낌정도면 박스 밖에 써도 될 것 같네요. 음...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소설 중에 '호숫가 살인사건'이 있는데, 왠지 모르게 읽으면서 이것 생각도 많이 나더라구요. 학생들을 다뤄서 그런 것일까요. 여기서는 여고가 배경이지만ㅋ
사건의 트릭에만 집중하지 않고, 요즘 세상을 잘 표현한 것 같아요. 이래서 제가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합니다. 데뷔작도 몰랐었지만요. 음하하(...)
어떻게 보면 이중 트릭으로 점철되어 있는거 같아요. 탈의실의 이중 트릭은 책에서 밝히고 있는 것이고, 피에로 독극물 살인도 이중 트릭이고요. 자동차로 살인 시도했었던 것도 에미가 한게 아니라 유미코가 한 것이었으니 이중 트릭으로 볼 수 있을것 같고요.
그렇다고 이 책이 온갖 희안한 트릭으로 마냥 독자 머리를 아프게 하는 책은 아니니까요. '방과후'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트릭을 사용하여 살인을 하였는가?' 보다는 '누가 왜 살인을 하였는가?' 이 아닐까요.
온갖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다들 그럴만한 이유는 한가지씩 가지고 있는거 같습니다. 내 마음을 안받아줬어! 도 있고, 애를 왜 지우라고 한거야! 도 있고... 주인공에게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악의는 이 정도 이려나요? 이중에서 요코는 결국 주인공을 돕고, 탈의실과 피에로에 관련된 살인이 주인공을 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나올때는 잘 되나 싶었는데, 결국 유미코가 마무리를 해주고 가네요. 계속 분위기만 풍겨주기에 뭔가 했었는데 말이죠.ㅋ
에미와 게이코의 살인은 민감한 청소년기의 행동이 이렇게 표출된 것 같기도 하고요. 이사람이 죽어야 내가 산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 성인의 생각으로는 잘 이해 안 될 수도 있는 것이겠고요. 근데 사실 확실히 여고생이 자○ 하다가 순찰도는 선생님께 들킨 것 같다면, 정말 앞날이 깜깜할 것 같네요;; 전 남자지만, 만약 제가 고딩때 여선생에게 들킨것 같고 그 여선생이 아무말도 안하면 혼자서 죽어라 끙끙 댔겠지요. 물론 남자와 여자의 차이도 있을테고, 결정적으로 남고 수학여행에 여선생이 순찰을 돌지는 않겠다만(..;ㅋ)
요즘 성폭력의 기준이 '피해자가 성폭력이라고 느낄 때' 라고 하던데, 이런 경우에도 해당 되는 것 이겠지요. 하지만 주인공이 게이코에게 말하려다가 못한 그 말처럼, 살해당한 그 두 사람이 진짜로 '눈으로 강간'했는지는 모르는 것이고요.
결국 에미와 게이코의 살인, 그리고 유미코와 정부(情夫)의 살인시도로 끝이 나는데... '호숫가 살인사건'이 생각났던 것은 학생들을 다뤄서 그런 것 뿐만 아니라 결국 주인공이 이 일을 덮을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이었지요. 에미와 게이코의 일을 덮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지, 참 모르겠네요. 결국 주인공인 마에시마가 유미코의 정부에게 찔리면서 끝이 나버리지만, 완전히 죽었다고 나온것도 아니구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항상 나중에 좀 더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박스 위에 말한 것 처럼, 사건의 트릭에만 집중하지 않고 요즘 세상을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유미코의 일은 둘째 치고, 에미와 게이코, 요코와 마시미의 행동들은 청소년기의 불안정한 심리를 잘 모르면 표현하기 힘들테고요. 여고생의 미묘한 심리..라고 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이건 제가 여고생의 미묘한 심리를 제대로 알 수는 없으니 넘기겠습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