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에 책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미리니름(or 스포일링)이 될 수도 있으니 참고하시어 보시기 바랍니다.
미리니름 정도 : 되도록 내용은 안쓰도록 노력했어요.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 온다 리쿠 지음, 박수지 옮김/노블마인 |
▒온다 리쿠의 분위기
온다 리쿠의 소설은 자신만의 특별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읽는 사람에게 그곳에서 그 분위기를 느끼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들기도 하고요.
제가 소설에 몰입한 탓도 있겠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소설들이 이야기의 흐름을 중시한다면, 온다 리쿠의 소설은 분위기를 좀 더 중시하는 느낌 이랄까요.
이번 소설도 그런 느낌입니다. 좁은 원룸 안에서 마주앉은 치아키와 치히로 사이에 저도 끼어있는듯한 느낌을 주지요. 아니, 이것은 정확하지 않겠네요. 그 둘만이 아니라 다른사람이 끼어있는 분위기는 책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와 다른 분위기이었겠지요. 그저 분위기만 저에게 전해지는 듯 합니다. 서로를 의심하고 있는 두 남녀의 답답하고, 긴장되며, 애증 섞인 분위기. 지금 마주하고 있는 것은 키보드이지만, 그런 답답한 분위기는 아직도 여운이 남아있는 듯 하네요.
이 소설에서 사건은 이미 과거에 벌어진 것들입니다. 1년 전 부터 일주일 전, 그리고 20년 전 까지. 하지만 동시에 그와 그녀에게는 현재 그들이 마주 앉은 그 상황이 사건이지요. 진실게임을 펼치다가도, 추리게임도 펼치며, 망상의 나래도 펼칩니다. 과거의 재현은 그들의 머리로만 이루어지지요.
과거의 이야기를 계속 상상하기 때문에, 이야기도 계속 바뀝니다. 마치 무엇인가를 깨달은 것처럼 이야기가 진행되다가도, 어느순간 사소한 계기로 다른 전개가 진행되지요. 한창 온다 리쿠의 소설을 볼 시절에는 이런 분위기와 반전을 참 재미있어 했지요. 요즘은 취향이 조금 변해서 그렇게 많이 보게 되진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흡입력 있습니다.
▒길고 특이한 제목
마지막으로 제목에 대해서 써볼까요.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는 소설 중간에 나옵니다. 숲속을 걸어가면 나뭇잎 그림자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물고기처럼 사람의 등 위로 헤엄쳐 가는 듯이 보이지요. 뭔가 소설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제목이 아닐까 싶어요.
헤엄쳐가는 물고기처럼 보이지만, 실제 물고기는 아니지요.
그림자 속을 헤쳐나가는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자리에 비치는 햇살일 뿐이고요.
치아키와 치히로가 밤새 심리전을 벌이지만, 그들이 알아낸 것은 결국 그들 자신이지요. 주변의 그림자를 헤엄쳐나간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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