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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Mystery

킬링 앙상블 | 한수련

※감상에 책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미리니름(or 스포일링)이 될 수도 있으니 참고하시어 보시기 바랍니다.

미리니름 정도 : 미스터리는 리뷰를 보면 재미없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만 궁금하면 보세요.


킬링 앙상블 - 8점
한수련 지음/동아발해



 손에 잡히는데로 읽는 편이지만, 그래도 선입관이 없이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런 면에서 '킬링 앙상블'은 약간 손대기가 애매했지요. 저를 아실리는 없겠지만, 저는 아는 분이라서(..;) 대화를 해본 적은 없지만요. 그래도 읽는 도중에 머리속에 자체보정이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요.



▒작가 본인?


 그래도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이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상당히 재미있게 볼 수 있었거든요. 주변 분들은 주로 '잔혹한 이야기다'라고 표현하시던데, 그게 이 책의 초점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물론 전체적으로 잔혹함이 눈에 띄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살인'에 대한 이야기이니까요. 그것도 보통 추리소설처럼 사건이 일어난 다음에 그것을 추리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건이 일어나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거든요. 그런 이야기인데 잔혹하지 않다면, 그것 또한 특이하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하네요.



 '킬링 앙상블'은 그런 흐름 속에서 사람의 심리를 파고드는 묘사가 잘 되어있습니다. 아마 이게 초점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요.


 특히 '수안'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작가 본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묘사가 잘 되어있고, 애정도 느껴집니다. 전지적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것은 수안이었지요. 게다가 작가지망생으로서 끊임없이 상상을 펼치고 광적인 눈을 빛내는 묘사에서는 혹시 작가 본인이 이런 생각을 한번쯤 해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하지요.


 그리고 글을 써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 생각해봄직한 상상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큰일을 당하더라도 왠지 모르게 바깥에서 나를 관찰하는 느낌을 가져본적이 있기도 하고요. 새로운 경험이 아무리 안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문득 글쓸때 도움이 될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분위기, 그리고 결말


 이야기의 중반을 넘어가면 이 책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네 여자와 한 남자가 서로를 의심하고 행동하는 그 모습이 참 꼬여있지요. 이런 머리아프고 정신없는 스릴러를 좀 더 꼬아주는 것은 수안의 망상입니다. 그리고 이런 수안의 망상이야말로 이 책의 분위기를 만드는 핵심같지요.



 마지막 결말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을 하지만, 그래도 너무 우울하지 않나 싶기도 하네요. 너무 할리우드식 해피엔딩 결말에 익숙해져서 그렇다고 하면 머리를 긁적일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한줄기 희망이라도 남겨 두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이런 느낌은 이 이야기가 결국 무엇이었는지 모르겠다는 점 때문인것 같아요. 물론 이야기들이 교훈적일 필요는 없지만, 그저 이렇게 꼬이고 꼬인 이야기를 보며 이야기의 재미를 느끼고 끝내는 것이 목적이었나 싶은 것이지요.

 이야기가 이야기로서 재미만 있다면 문제 없다고 말한 미국 작가도 있다지만, 뭔가 심리적인 이야기를 열심히 꼬고 다시 풀었는데도 남은것은 꼬았던 흔적밖에 없는것 같으니까요. 좀 막말을 쓰자면, 스릴러적인 즐거움을 준 B급 영화같은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소설이라는 것은 결국 작가의 의도를 보여주는 하나의 이야기 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니까요. 한수련 작가가 이런 느낌을 독자에게 전하기 위해 썼다고 하면 역시 한번 더 머리를 긁적일 수 밖에 없겠지요.a



 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은 미스터리 스릴러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무엇인가 더 있기를 바랬던 것 같기도 하네요. 이야기의 결말로서는 상당히 괜찮지만, 개인적으로는 자꾸 뭔가 아쉽네요.


 나중에 한수련 작가의 다른 작품이 나온다면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물론 이미 출간된 '미인도'가 있기는 하지만, 이건 나중에 손에 잡히면 보고 안잡히면 안보고... 아, 제 원래 책 보는 스타일이 이거긴 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