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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Science

은하의 발견 | 리처드 베렌젠·리처드 하트·대니얼 실리


※감상에 책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미리니름(or 스포일링)이 될 수도 있으니 참고하시어 보시기 바랍니다.
미리니름 정도 : 과학서적은 미리니를 내용이 없습니다. 그냥 관심있으신 분은 부담갖지 마시고 이 리뷰를 읽어봐도 괜찮아요.ㅋ


은하의 발견 - 4점
리처드 베렌젠 외 지음, 이명균 옮김/전파과학사


 예전 초등학교때, 독후감 동기를 쓸때 자주 들어가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쓰라고 해서 쓴다.'


 다른 무엇인가를 쓸 때도 이런식의 감상을 가끔 남겼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재미있네요. 그 시절에는 그만큼 솔직했던것 같기도 하고, 다시 생각해보면 대책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ㅋ



 오늘따라 이런 생각이 문득 나는 이유는 지금 리뷰하려는 책 때문입니다. 딱히 이 책에게 잘못은 없지만, 읽게 된 동기가 비슷하네요. 대학 강의에서 '관련 책을 읽어보도록 하여라~' 라는 과제를 부여받고 읽은 것이거든요.



 물론 '은하'에 대한 책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나름 꼼수(?)를 부릴 생각도 해봤습니다만... 이왕 제 손에 들어온 책이니만큼, 열심히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이왕 이렇게 읽었으니까요. 강의에다가만 독후감 내면 아깝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개인적으로도 남겨봅니다.ㅋ


▒28년전의 원본, 12년전의 번역

 요즘 책을 읽을 때 속지의 제일 첫 장과 뒷 장을 확인을 꼭 해봅니다. 자세히보면 원서의 출간시기가 나와있거든요.


 소설일 경우에는 쓰여진 당시의 시대상황을 알 수 있고, 전공서적일 경우 어느시대 정도의 견해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가 별 의미가 없기도 하지만, 상당히 큰 의미가 있기도 합니다. 특히나 이런 과학서적일 경우 그 정도가 매우 크지요. 과학의 내용이라는 것은 수십년간 변함이 없을 수도 있지만, 시대에 따른 격변도 상당하거든요.(물론 제일 시대를 잘 타는 것은 수험서이겠습니다만;)


 이 책 또한 이러한 영향에서 벗어나지는 못합니다. '은하'를 다루고 있지만, 그 근간에는 '우주론'이 깔려있거든요. 팽창하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수도없는 주장이 대립했었고, 몇 년 전에는 '암흑물질'이라는 것이 대두되어 성분 자체를 다시 고민하게 만들었던 '우주론'이지요.


 하지만 이 책의 출간년도는 1984년 입니다. 그리고 번역되어 우리나라에 출간된 시기는 2000년 이구요. 현재 '우주는 가속팽창하고 있으며, 이는 우주의 90%이상을 차지하는 암흑물질 때문이다'라는 강력한 주장이 있는데, 이런 이야기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 당시에는 막 연구되고 있었을 뿐이고, 관측정확도나 규모도 지금보다 훨씬 작았기 때문이겠지요.


 좀 심하게 말하면, 구닥다리 책이라고 해야되겠지요. 너무나도 '은하'에 관련된 책 제목이기에 집어들었지만, 이런 점 때문에 망설여지는 점도 있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은하의 발견' 

 그럼에도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주된 주제가 아직도 읽을만한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제목 그대로 '은하의 발견'에 대한 내용이었거든요.


 책이 다루고 있는 시간대는 18세기부터 1950년대 사이입니다. 은하수부터 시작해 우리은하, 나아가 외부은하까지 다루고 있지요. 과학적인 내용도 물론 있지만, 역사적인 내용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생각외로 새로이 알게되는 것도 꽤 많았습니다. 이 책은 1900년대 초에 천문학자 및 물리학자들의 논쟁이 각종 논문을 언급해가며 매우 자세히 소개되어 있는데요.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은하에 대한 지식이 100년전만 해도 매우 모호했다는 것은 참 신선했거든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태양계가 어떻게 생겼는가에 대해서는 정립을 해주었지만, 은하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못한 것이지요.


 이 시대의 과학자들은 '태양계가 특별한 위치에 있다는 것은 매우 의심스럽다'라며 자신의 연구결과를 의심하기도 하고, 외부은하의 존재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하기도 했지요. 지금 우리가 당연한 듯이 배우는 내용들이 당시에는 매우 혼란스러웠던 것이지요.


 이 외에도 다양한 견해들을 매우 세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주의 밀도, 팽창여부, 빛의 흡수, 은하계의 회전 등등...



 새로운 관측결과가 나오고, 기존의 이론이 무너지고, 새로운 이론이 사람들을 현혹하고... 교과서에 얼굴을 자주 내밀던 사람들이 당시에 이렇게 혼란스러워 하였다는 것은 나름 흥미롭기도 하고요.


 과거에 이랬던 것을 보면,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배우고 있는 내용들도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듭니다. 천문학의 많은 부분은 직접 가서 알아본 것이 아닌, 간접적으로 관찰한 결과들로 이끌어낸 것이니까요.


 위키백과에서도 '우리은하'를 찾아봐도 내용의 상당부분이 '예상된다', '가능성이 있다', '추정되었다' 라고 되어있습니다. 언제 새로운 사실이 밝혀져서 바뀔지 모르는 내용들인 것이지요.


▒교양서? 전공서? 

 처음에는 1700년대부터 시작해서 상당히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그런데 점점 페이지당 지나가는 시대가 느려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순간 30년 정도의 시기만 줄창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지요. 게다가 거기서는 논문 인용문과 시대 상황에 대한 설명이 줄줄이 되어있습니다;


 대략 그 부분이 1900~1930년 정도의 시기입니다. 정말 보다가 몇 번을 졸았는지 모르겠네요(...) 되도록이면 정독하려고 했는데, 이러다간 안되겠다 싶어서 그 부분은 살짝 속독해버렸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전공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벽한 교양서도 되지 못한것 같습니다. 물론 수식적인 내용은 거의 들어가있지 않긴 한데요. 나름 재미있게 풀어나간다고 쓴 것 같긴 한데, 그게 저에겐 재미있지 않았습니다(;)


 물론 은하계에 대해 매우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정도 지루함은 꿎꿎히 참고 보았겠지요. 하지만 전 그 정도는 아닌지라;;



▒마무리

 처음 생각했던 것 보다 흥미로웠지만, 동시에 지루하기도 했습니다. 예전에 '엘레건트 유니버스'를 읽을때도 그런 느낌이 들었긴 합니다만; 다행이 그것 보다는 나았던 것 같습니다. 일단 그 책처럼 2년동안 야금야금 보지는 않았으니까요.(;;)


 현대 천문학에 대한 의심은 저희 과의 우주론을 주전공 하신 교수님께서 자주 하시는 것이긴 합니다. 개인적으로 강연을 들을 때 마다 참 인상적이지요. '우리 태양계에서는 뉴턴 역학이 잘 통하지만, 태양계 밖에서도 통한다는 보장이 있는가? 단지 이를 증명할 수 없으니까 통할 것이라고 가정한 상태에서 연구를 하는 것일 뿐 아닌가?' 같은 생각도 해봐야 한다고 하신 것이 기억나네요.


 저 개인적으로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지내기도 합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고 있는 이런 법칙들이 어느순간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 과학이라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말을 마무리에 쓰고 싶었던 것은... 글쎄요. 남의 생각에 전도되어서 그것을 그냥 막 가져다 쓰는 사람으로 보이기는 싫어서..이긴 한데; 너무 오버한 것이었으려나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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