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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Mystery

명탐정의 규칙 | 히가시노 게이고

※감상에 책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미리니름(or 스포일링)이 될 수도 있으니 참고하시어 보시기 바랍니다.


명탐정의규칙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히가시노 게이고 (재인,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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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형적인 것은 편합니다. 만들어내는 사람도 그렇고, 그걸 보는 사람도 그렇고요. 정해진 틀에 맞추어 약간의 손만 봐도 만들수 있고, 그걸 아무런 부담이나 생각없이 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만큼 그것에 대한 반성이나 지적도 많은 것이겠지요. 대개 소설이나 만화에서 그런 지적은 패러디물로 많이 나오지 않나 싶어요. 2차 창작물들은 그런 전형적인 면을 직접적으로 지적하기도 하고, 반전을 넣어 재미를 유발하기도 하고요.


▒탐정소설의 규칙

 '명탐정의 규칙'은 그런 2차 창작물은 아니지만, 정면에서 탐정소설의 전형적인 것들을 보여줍니다. 애초에 등장인물들이 스스로 소설속의 인물임을 알고 있기도 하고요. 마치 홈즈와 레스트레이드 탐정, 혹은 '명탐정 코난'의 코난과 경감의 관계와 매우 유사한 '덴카이치 탐정과 오가와라 경감이 주축이고요.

 경감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데, 시작할때부터 뭔가 이상합니다.; 자신은 조연일 뿐이라고 하면서 말이죠. 명탐정 덴카이치가 범인을 밝혀낼때까지 절대 진범을 의심하면 안되서 피곤하다는 둥, 덴카이치를 무시하면서도 방해는 안해야 한다는 둥 평범하지가 않고요.

 아마 미리 알고 이 책을 집은 분들은 대부분 당황하지 않았을텐데, 저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보면 그저 '이게 뭔가...' 싶습니다. 사실 전 '갈릴레오 시리즈' 같은 것이 아닐까 하면서 봤거든요(..) 정말 열페이지도 안 넘어가서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네요.ㅋ

 명탐정 덴카이치와 오가와라 경감은 항상 작가에 대해서 투덜데면서 탐정소설의 여러가지를 보여줍니다. 밀실, 알리바이 조작, 동요 살인, 다잉메세지 등 유명한 것은 죄다 나오네요. 게다가 갑자기 드라마화 하면 어떤식으로 바뀌는지까지 보여주고요.(덴카이치의 변신이 눈부신 순간입니다)


▒종합지적세트(?) 

 이렇게 다양한 탐정소설의 규칙을 보여주기만 하면 이 책이 나온 목적이 없어지는 것이겠지요. 덴카이치와 오가와라가 투덜대는게 이 책의 핵심입니다. 이 사람들, 자기네들이 이야기를 진행시키면서 '제발 이런 뻔한것이 아니기를!' 이라고 빌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게' 나오면 한숨 한번 내쉬어 주고 진행시키고요. 미스터리 소설에서 절대 말해서는 안될 말을 하는 등장인물에 대해 가벼운 응징(?)도 해주고요.

 보여주는 소재들은 분명 처음 쓰일때는 정말 참신했었던 것일텐데 말이죠. 양산되는 미스터리 소설들 사이에 끼어있으면서 이리꼬고, 저리꼬다보니 결국 평범해진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것에 대한 덴카이치와 오가와라의 지적은 작가 본인이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제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것도 그런 것이 있거든요. 전형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야기들도 그게 아니기도 하고, 다른게 더 중요한 경우도 많고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1990년대 초반 혹은 그 이전의 작품들은 확실히 보통 미스터리 소설의 법칙을 많이 따라갔지만, 그 이후의 것은 눈에 띄게 달라지기도 하고요. 그것에 제가 꽂힌 것이기도 합니다.ㅋ


 이 책의 마지막에는 일본의 평론가인것 같은 사람의 글이 하나 실려있네요. 1996년 이전과 이후,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의 성향에 대한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야기 분위기가 달라지는게 느껴진것인가 보네요. 아니, 이미 유명한 일화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히가시노 게이고 같은 작가들이 많으면 좋겠네요. 물론 매력적인 명탐정들이 등장하는 소설이 재미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느 새로운 명탐정도 필요하니까요. 너무 팬심 강한 말이겠지만; '갈릴레오 시리즈'의 유가와 교수 같은 탐정 같지 않은 사건의 해결자들이 그런 모습이 아닐까요.


 하지만... 아마 나중에 시간이 흐르고 나면, 유가와 교수 같은 캐릭터도 결국 전형적인 인물로 남게 되겠지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