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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General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 | 이지민

※감상에 책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미리니름(or 스포일링)이 될 수도 있으니 참고하시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남자는나에게바래다달라고한다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지은이 이지민 (문학동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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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과 표지에 이끌려서 본 책입니다. 그리고 재미있게 보았네요.

 별 기대없이 빌리긴 했었는데, 앞으로 이 작가의 소설을 자주 빌리게 될 것 같습니다.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

 9개의 단편들이 묶여있는 책인데요. 타이틀을 장식하는 작품은 가장 첫번째에 나옵니다. 말 그대로 '남자가 여자에게 집까지 바래다 달라고 하는 이야기' 이죠.ㅋ

 여자와 남자의 역할이 바뀐 것도 재미있네요. 게다가 왠지 느끼는 감정도 비슷한것 같습니다. 처음은 보통 여자와 남자의 관계로 시작하지만, 중반을 넘어가면서 서로 뒤바뀌는 과정도 매끄럽게 이어지고요. 어쩌면 남자와 여자의 행동 차이라는 것도 이런 관례의 영향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남자가 여자를 바래다 주는 역할을 맡다보니 말에요. 그게 이렇게 뒤집어지면 여자도 남자들이 바래다 줄때의 생각을 가지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남자를 바래다 주다보니 그 남자의 동네도 사랑하게 되었다... 이런 비슷한 문구가 있었던것 같은데, 이게 가장 기억에 남네요.


▒성형중독, 로리타, 키티중독, 중독... 

 두 번째 단편은 '대천사'입니다. 성형 중독에 걸린 여자의 이야기인데... 약간 섬뜩하기도 하네요. 나르시즘에 걸린다면 이런 걸까요. 자신을 계속 가꾸고 싶어하는 마음은 알겠네요. 더이상 뭐라 말해야 할까요.;; 개인적으로 성형에 대해서 부정적이지도 않고, 그 사람의 자신감에 도움이 된다면 좋다고 보긴 하지만, 이런식의 성형중독은 확실히 적응이 안되네요. 예전에 '세상에 이런일이'에서 봤던것도 생각나고요.

 이런 중독 말고도 여러 중독이 단편들속에 있습니다. 로리타도 나오는데, 이것도 중독이라고 할 수 있을것 같고요. 그리고 헬로우 키티 중독도 있고, 섹스 중독도 있고, 티파웨어 중독도 있고... 정말 여러 중독들이 있네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런 것들이 메인인 단편도 있고, 적절하게 쓰인 것도 많다는 점이네요. '서른살이 된 롤리타'나 '키티 부인' 은 특히나 메인으로 잘 쓰인것 같습니다. 자신도 롤리타의 대상이었고 동시에 서른이 되어 결혼하기로 한 남자도 롤리타인 상황이 재미있어요. 여자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진행이 되지만, 유사한 상황이라 구분이 잘 안되는것도 재미있고요.

 '키티 부인'도 씁쓸하지만 이해가 간다고 해야 할까요. 남성인 남편 입장에서 서술되고 있지만, 결국 부인의 입장을 보여주고 싶었던게 아닐까 생각되기도 하고요. 어릴때의 것을 놓지 못하고 계속 모으고 있는 모습을 말이죠. 부인의 가장 내밀한 모습은 결국 캐릭터 상품 전시장에서 키티에 대한 사랑을 말하는 것으로 나오기도 하고요.
 그런데 쓰면서 생각해보니 이 남편, 은근히 로리타 끼가 있네요. 부인을 커버린 아역배우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면 말이죠.ㅋ

 
▒오늘의 커피 

 동전 몇개로 영혼의 가격이 메겨져 버린 톱스타의 이야기도 재미있고, 어머니한테 돈꾸러갔다가 도둑질로 이어지고 결국 가족 사랑을 확인하며 끝나는 티파웨어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불륜으로 맞불 놓는 이야기도 통속적이지 않게 재미있었고요. 허니문에 대한 이야기는 무엇인가 약간 모자란 느낌이 들고요.

 이 중에서 '오늘의 커피'라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딱히 특별히 더 재미있다긴 보다는 기억에 남는다고 해야겠네요. 자기 직전에 읽었던 것이라 그런것 같기도 하고요.ㅋ

 약간 반전의 묘미도 숨어있는데, 이게 머리를 땡 하고 치는 그런 반전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라 더 기억에 남는것 같기도 하고요. 주인이 정말 주인이 되어버리는 카페에서, 주인 중심으로 경영하려다가 결국 손을 놓으니 잘 풀려버리는 내용이 재미있으면서도 안타깝네요.;

 잘 되는 카페로 들어가서 '내가 여기 주인입니다' 하고 싶은 인옥과 소라가 결국 멀리서 지켜볼 수 밖에 없는 것도 기억에 남고요.



 특별히 임팩트가 있는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억지를 안부린 이야기들이라서 좋았습니다. 작가 소개를 보니 2000년부터 활발히 활동한 분 같은데, 다른 책들도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장편은 또 어떤 식의 이야기가 있을지 궁금합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