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s/Science

암흑우주 | 다니구치 요시아키

※감상에 책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미리니름(or 스포일링)이 될 수도 있으니 참고하시어 보시기 바랍니다.

미리니름 정도 : 이런건 스포일링 할 것이 없어요.


암흑우주 - 8점
다니구치 요시아키 지음, 정현수 옮김/바다출판사


 일본에서 2007년에 나온 책을 우리나라에 2011년에 번역해서 내놓은 책입니다. 제목 말고 부제목은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그리고 은하의 탄생'이고, 책 안쪽 라벨에 쓰여있는 원제목은 'ANKOKU UCHU DE GINGA GA UMARERU' 이네요. 제가 대충 해석한것이 맞다면 '암흑우주에서 은하가 탄생하다' 이려나요.


 '암흑우주'라고 주제목을 잡은 것이 임팩트가 있긴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원제목도 괜찮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뭔가 서사적인 느낌도 있고, 책 말미에서 저자가 자신이 쓰고 싶었던 내용이 '암흑우주에서 은하가 탄생했던 것' 이라고 하기도 했으니까요. 원저자의 의도를 더 잘 살리려면, 제목도 그것에 따라가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죠.



▒잘 쓰여진 교양서

 그래도 내용 자체에 해를 끼치는 제목은 아니니까 이정도는 애교이겠지요.


 지난번에 읽은 '은하의 발견'은 거의 전공서에 가까웠기 때문일까요. 읽는데 상당히 큰 노력이 들었습니다. 비교하기는 애매하지만 '엘레건트 유니버스'나 '평행우주' 같은 책도 나름 일반인을 겨냥한 교양서라고는 하지만, 읽기 힘든게 사실이구요.


 그런 면에서 보면 '암흑우주'는 상당히 잘 구성된 교양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작가의 개인적인 감상이나 경험이 들어있긴 하지만, 하고자하는 이야기와 잘 어우러져 윤활유 역할을 잘 하고 있거든요. 게다가 '은하의 발견'처럼 역사적 시간순에 얽매이지 않고, 좀 더 융통성있게 구성되어있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현상에 집중을 잘 하는 독자를 잘 꿰뚫어 본 것 같지요. 아니, 그런 제 속성에 잘 맞았다고 하는게 정확하겠네요(..;)


 물론 이렇게 되는 바람에 중요한 내용은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문제점이 있긴 합니다. 따로 세션을 추가해서 어려운 내용에 대해 설명을 하였지만, 그 이상의 내용은 마치 당연한 사실인듯 넘어간 느낌을 주거든요. 독자의 수준이 상당히 높다면 '제대로 설명한 것이 없잖아?' 하면서 실망할 만한 구성이 되어버렸지요.


 하지만 이건 교양서이니까요. 그런 역할에 충실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인에게 비밀을 속삭이듯 

 범 국가적으로 교류하는 이 시점에서 국가를 따지는 것은 참 속좁아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책을 보면서 어쩔 수 없이 느낄 수 밖에 없었던것 같습니다.


 일단 저자가 일본인이니까요. 아마 처음 작성이 독자도 일본인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감상에서 대부분의 비유가 일본인을 기준으로 세워져 있으니까요.


 저자가 사는 동네 이름이라든지, 지명을 예로 들 경우라던지, 스바루 망원경의 자세한 설명이라든지 해서 말이지요.


 역자가 너무 많은 개입을 하면 안좋겠지만, 역주 등을 좀 더 달았다면 어떠한 느낌이었을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한국인인 우리는 저자가 살고있다는 '아이치현'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르고, '스바루 망원경'은 같은 하와이에 있는 '켁 망원경'하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니까요.


 지금 상태는 왠지 일본인이 읽고있는 책을 어깨너머로 들여다보고 있는 느낌이라서 말이죠.ㅋ



▒빛보다 빠른 팽창? 

 나름 약간이나마 천문학에 지식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저런 신기한 이야기도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빅뱅 이후 빛보다 빠르게 팽창하던 '인플레이션'이라는 시기가 있었다는 것이 가장 신기했지요. 빛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참 재미있는 이야기일테니 말이죠.


 다만 이것에 대한 설명이 그냥 '빛보다 빠르게 팽창하던 시기가 있었다.' 하고 '그걸 밝혀낸 것이 사토 가쓰히고, 앨런 거스이다' 정도로 끝나있는 것은 좀 아쉽네요. 빛보다 빠르게 팽창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좀 더 설명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죠. 자국민 자랑 하는 것처럼 느낀 것은 제 마음이 비뚫어져서 일지도 모르니 일단 패스/ 해보도록 하죠.ㅋ


 이외에도 적색이동의 영향으로 단파장의 빛이 적외영역으로 이동해버려, 이를 통해 특정 적색이동 속도를 가진 천체는 그정도 거리에 있을 거라는 등의 이야기를 잘 설명해준 것 같습니다. 교양서 이긴 하지만, 근래의 과학발전도 잘 설명하고 있는 것 같은 것이죠.



 이래저래 길게 써내려 갔네요. 최종적인 느낌은 처음 소제목처럼 '잘 쓰여진 교양서 이구나!' 입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원저자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괜찮았던 것 같아요. 상당히 감성적인 사람 인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ㅋ